예배와 성경(17) - 야곱
야곱, 벧엘(28:10-22)
야곱은 이삭의 허락과 축복을 받은 다음 집을 떠나 외삼촌 라반이 살고 있던 하란으로 향했다. 브엘세바에서 벧엘까지는 100km 정도 되는 거리로 보통 2-3일 길이었다. 하란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900km 이상을 가야하며 한 달이 더 걸리는 여행이었다. 형을 피해 도망 나오다시피 한 야곱이 벧엘에서 유숙하게 되었다. 어두워지면 더 이상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황무지와 같았던 벧엘에 어쩔 수 없이 유숙하게 되었다.
이 섹션은 야곱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아브라함이 벧엘에서 제단을 쌓고 하나님을 경배했다(12:8; 13:3-4). 야곱이 꿈을 꾼 ‘밤’은 아브라함이 짐승들을 쪼개 놓고 해가 진 다음에 하나님의 불을 본 일을 연상케 한다(15:12,17).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신 것은 전에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모습을 보이신 일을 떠올리게 한다.(12:7; 17:1; 18:1; 26:2-4,24).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자손과 땅을 약속하시면서(13-14절) 사용하시는 표현은 전에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과 내용뿐만 아니라 단어와 표현까지도 비슷함을 볼 수 있다(13:15-16; 12:3; 18:18; 22:18). 창세기의 저자가 야곱을 아브라함과 깊이 연관시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아버지 이삭에 이어(28:1-5) 하나님께서도 야곱이 아브라함 언약의 상속자임을 확인해 주셨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약속의 첫 출발점이었던 아브라함이 예배했던 벧엘에서 동일하게 야곱도 예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섹션이 미래를 보고 있음은 창 31:13에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벧엘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야곱이 밧단아람을 떠나야 할 시점에 가나안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는 사건에서도 알 수 있다. 야곱이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는 명분도 벧엘에서의 경험 때문이다(35:1,3,6-7). 가족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돌아온 야곱은 벧엘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며, 하나님께서 다시 이곳에서 그에게 나타나신다(35:9-15).
야곱이 처음 예배하며 하나님을 만났던 벧엘을 하나님께서 직접 언급하시면서 야곱이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셨다. 그리고 야곱에게 명확한 때를 알려 주셨다. 야곱이 벧엘에서의 예배 경험이 없었다면 하나님과의 관계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결과와 다를 수 있었다. 벧엘에서 야곱이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던 일은 그의 인생의 모든 결과를 바꾸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