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생각

무엇이 Faith Mission일까.

by 처음사랑 2012. 5. 30.

내가 사역하는 예수전도단은 월급이 없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전임으로 사역을 하면서도 틈틈히 시간을 내서 악기를 레슨하면서 돈을 조금씩 번다.

많은 돈은 아니어도 남들이 후원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될 정도로 번다.

아내도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 어렵다 해도 지부내의 다른 간사들보다는 내가 좀더 여유가 있는 편인것 같다.

현재 우리 집에 꼭 필요한 돈은 한달에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옷을 사거나,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등의 생활 이외의 여가, 문화 활동 같은 일들을 하지 않았을 때 필요한 돈이다.

와이프와 내가 함께 버는 돈은 200만원 내외이다.

사역이 바빠서 레슨을 많이 빼먹는 달은 둘이 합해 200만원이 채 안될때가 많고 레슨을 빼먹지 않게 되면 200만원을 조금 넘게 된다.

카드 결제가 연체돼서 2-3개월을 허덕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딱 필요한만큼 채워주시는 것을 경험한다.

때로는 레슨을 거의 못할 때에도(작년 인도네시아 여행비를 모으느라 와이프가 버는 돈으로만 3개월 넘게 생활했을 때 같은 경우) 필요한 재정은 늘 채워졌었다.


이렇게 와이프도 벌고 나도 조금이라도 벌다보니 여태 내 사역과 가정에 후원을 해주시는 분은 한분 밖에 없다.

매달 10만원.


인도네시아의 반다아체에 안식년겸 사역 겸 가기로 결정을 하고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물론 내 블로그는 보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 나름 기대했는데 아체를 위해 내게 후원으로 들어온 금액은 4만원.

두어달간 후원만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직접 모으기 시작.

현재 35만원 정도의 금액이 모여졌다.

이번달 부터는 매달 들어오던 10만원의 개인후원금도 아체를 위한 헌금으로 모으기로 결정해서 이 정도의 금액이다.


가끔 내가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을 너무 소홀하게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든다.

근데 한편으로 내가 하는 일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서 후원을 받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나를 후원해주시는, 앞으로 하실 분들이 어떻게 고생해서 돈을 버는지 알고 있는데.

사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즐거워서 하는 것 뿐인데.

남들은 내가 직업을 가지지 않고 전임으로 사역하는 것을 대단한 헌신이라고 나를 높여주기도 하고 안식년에 반다아체에 가서 거기서 사진과 음악을 이용해 무슬림들과 교류하겠다는 것을 나눌 때에는 정말 남들이 말하는 '선교사'로 대단한 헌신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내가 대단한 헌신을 하는 것 같지 않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워서 하는 건데 이 일에 피땀흘려 번 돈을 헌금해주시다니.

그 돈을 받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후원해 달라는 말을 못하겠다.


그럼 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Faith Mission은 못하는건가?

그런건 할 수 없는 사람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악기 레슨을 최선을 다해 하면서 거기를 통해 돈이 들어오는 것은 Faith Mission이 아닌건가?


물론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비록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나를 후원하는 그분들은 그 후원의 행위를 통해 더 큰 것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약속이고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이다.

근데 내가 나 자신의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나를 후원하는 것을 거절하거나 후원에 대한 요청을 하지 않는다면 나를 후원하는 것으로 인해 누리게 될 후원자들의 복을 막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어쩌나..

난 이 생각이 내가 후원을 받기 위한 좋은 핑계거리로 느껴져버리니;;;;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블로그에 후원계좌를 적고 이것을 페이스북에 링크하는 것이었다.

정말 후원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든 내가 적은 후원계좌를 보겠지.

정말 후원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링크를 따라와서, 혹은 링크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서 기록을 뒤져서라도 내가 적은 계좌번호를 찾아내겠지.

그렇게까지 수고해서 후원하신다면 감사하게, 조금도 거리낌없이 받고 기도해드려야지.

그렇게까지 수고해서 후원하시는 분이라면 달랑 돈만 보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려는 사역과 내 삶에 동역자로 참여하면서 기도해 주시는 분이겠지.


그래.

내 Faith Mission의 방식은 이거다.

아직은.




'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장난 카메라.  (0) 2013.08.03
ios6 요금폭탄 원인-내 나름의 실험결과.  (0) 2012.10.15
'레이디 가가 욕하는 한국교회, 이건 몰랐나'  (2) 2012.04.26
레이디 가가의 공연에 대한 내 생각.  (2) 2012.04.25
길.  (0) 2011.12.24